▲ 농업직불금 관련 불법 계약서.

경작자만 수급 자격이 있는 농업직불금(이하 직불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농지를 임차하는 불법 사례가 확인됐다.

이런 조건으로 농지를 싸게 임차한 사람은 임대차 기간 만료시 불법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임대차 기간을 강제로 연장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13일 대전경제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농지 임대인 A씨는 1100만원의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사실이 적발돼 해당 금액 모두와 제재부가금 2배를 합친 3000여만 원을 논산시에 납부할 처지에 놓였다.

A씨는 임차인과 짜고 경작자만 받을 수 있는 직불금을 지난해까지 4년간 부당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16년 자신이 직불금을 받는 조건으로 B씨에게 논 1만2600m²(3800평)를 2020년까지 임대해 주기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양측은 계약서에 '임차인은 직불금 불법 수령에 대해 사법기관에 고발하지 않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았다.

‘농지의 저가 임차와 직불금 수입’이라는 두사람의 이해가 맞물려 쉽게 이뤄진 불법이었다.

이것이 A씨의 발목을 잡았다. B씨는 임대차 기간이 만료된 2020년 말에 직불금 불법 수령 사실을 거론하며 임차 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현행법상 B씨는 직불금 불법 수령과 관련해 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요구는 사실상 협박으로 들렸다. A씨가 거절하자 B씨는 논산시에 직불금 부당수령 사실을 알리며 ‘밀월’이 깨졌다.

A씨는 농지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고령의 농민들에게 접근해 ‘직불금 낚싯밥’을 미끼로 한 임대차 계약 사례가 허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불금 불법 수령의 덫에 걸린 농민들은 임대차 기간연장 압박에 울며 겨자먹기로 당한다"며 “이런 악덕 임차인들도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논산시에서는 지난해 부당수령 3건에 8700만원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농의 불법 직불금 수령도 문제다.

경작 면적이 30ha 이상이면 직불금 수령 자격이 없다. 그러나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임차농들도 있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이 또한 임차농의 직불금 포기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직불금은 농가의 소득안정과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을 보장하기 위해 지급하는 일종의 보조금이다. 신청 대상은 3년, 약 300평 이상 농사를 짓고, 농업 외 소득이 연간 37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농업직불금과 관련한 불법 임대차가 이루어지면 현행법에서는 임대인에게만 불이익을 주고 있으나 임대 임차인 모두에게 불이익을 주는 양벌론이 대두되고 있다.

논산시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농지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한 갑질이 많이 있었지만 농업직불금의 경우 한 번이라도 불법으로 수령하면 전세가 완전 역전 된다”며 “임대인들에게 홍보를 하고 있지만 농촌이 고령화하면서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자헌 기자  ccrc37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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