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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만리(牛步萬里)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2021년은 신축(辛丑)년 하얀 소띠의 해다. 소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짐승이요 농사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식구(食口) 다음으로 생구(生口)라 일컬었다. 소는 풍요와 평화와 여유를 상징한다. 소는 신석기 시대 초기부터 인간에게 길들여져 가축(家畜)이 되었다.

국토정보지리원의 전국 지명조사에 따르면 소에 관한 지명이 3번째로 많다. 용(龍)에 관한 지명이 1261곳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에 말(馬)로 744곳 세 번째가 소(牛)로 731곳, 네 번째는 호랑이(虎)로 389곳, 다섯 번째가 닭(鷄)으로 239곳이다. 소에 관한 지명으로는 우산(牛山), 우동(牛洞), 우암(牛巖), 우도(牛島), 우곡(牛谷), 와우(臥牛) 등이 있다.

소에 관한 전설은 동양의 유교와 불교에서 나온다. 순(舜)임금은 왕위를 물려줄 적임자로 허유라는 선비를 찾아갔다. “당신은 智德才를 두루 겸비하였으니 이 나라를 맡아 民生을 보살펴 주시오”라고 부탁하자 허유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영천으로 가서 양쪽 귀를 씻었다. 그때 마침 소부가 소를 타고 나타나 소에게 물을 먹이려던 참이었다. 소부는 허유에게 귀를 씻는 연유를 듣고는 더러운 말을 듣고 귀를 씻은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며 상류로 올라가 물을 먹였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소를 천수천안(千手千眼) 보살의 화신으로 본다. 천수천안 보살은 인간이 갖춰야 할 수많은 눈과 손을 만드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천수천안 보살은 눈과 손을 잘못 만드는 바람에 세상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이 같은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천수천안 보살은 소가 되어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 불교사찰 대응 전 뒷벽에는 심우도(尋牛圖)가 그려져 있다. 심우도의 10가지 그림은 원래 도교(道敎)의 팔우도(八牛圖)가 선가(禪家)로 넘어오면서 12세기 곽암선사에 의해 2장이 추가되어 지금은 十牛圖 혹은 牧牛圖로 불리게 되었다. 인간이 자신의 본성을 찾아 깨닫는 과정을 10단계로 나누어 비유한 것이다. (1) 경북 상주에는 예천에서 팔려온 5살짜리 누런 소가 있었다. 이웃집 김보배 할머니가 오가며 그 소에게 먹이도 주고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몇 년 후 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그 소가 2km나 떨어진 할머니 묘소에 성묘를 다니고 할머니 영정 앞에서 슬퍼하다가 얼마 후 굶어서 죽고 말았다. 상주시에서는 의로운 소라 하여 장례를 치루어 주었다 한다. (2) 황희 정승은 벼슬에 나아가기 전에 길을 가다가 어떤 농부가 두 마리 소에게 멍에를 씌워 밭가는 것을 보고 주인에게 “두 소중에 어느 소가 더 나은가?”라고 물으니 농부가 밭 갈기를 멈추고 황희정승 가까이 와서 귀에다 대고 “이 소가 더 낫습니다”라고 했다. “왜 내 귀에 대고 말하는가?”라고 물으니 농부는 “비록 가축이기는 하지만 그 마음이 사람이나 마찬가진데 이 소가 잘하고 저 소가 못한다 하면 어찌 섭섭하지 않겠나이까?”라고 말했다. 그 후로 황희정승은 누구에게든지 그 장단점을 말하지 않았다(不言長短)고 한다. (3) 소에 대한 속담도 많이 있다. ①“느린 소도 성낼 때가 있다.” ②“소가 다 웃는다” ③“검은 소도 흰 송아지를 낳는다” ④“못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다” ⑤“소귀에 경 읽기”(牛耳讀經) ⑥“쇠뿔도 단김에 뽑는다” ⑦“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일어난다” ⑧“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亡牛補牢/死後藥方文) ⑨“소뿔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矯角殺牛) ⑩“소걸음으로 만 리를 간다”(牛步萬里/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 등이다.

소에게는 8가지 덕(德)이 있다. ①서두르지 않으니 ‘꾸준함의 덕’이요 ②돌밭이나 진창이나 가리지 않고 피하지도 않으니 ‘초연함의 덕’이요 ③낮에 먹은 음식을 되새겨 반추하니 ‘반성의 덕’이요 ④자애로와 새끼를 핥아주니 ‘모성애의 덕’이요 ⑤주인에게 노동력과 재물을 안겨주니 ‘유익의 덕’이요 ⑥불행과 악귀를 막아주어 문 앞에 코뚜레를 걸어두니 ‘축사의 덕’이요 ⑦유유자적하며 선인들도 말보다 소 타기를 좋아하니 ‘유유자적의 덕’이요 ⑧속물들을 가르치니 ‘가르침의 덕’이다.

살아서는 평생 일만 하다가 죽어서는 몸통은 고기로 가죽은 북과 장고와 가방과 구두로, 뼈는 영양 보약으로 뿔과 발톱은 어린이용 완구재료로 쓰여 정말 ‘소에게서 버릴 것은 하품밖에 없다’는 속담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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