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서북구선관위  사무국장 채수덕

사회변화를 이끌어온 것은 유권자의 주권의식이었다. 프랑스 시민혁명(1789~1794)은 민주주의 태동이라는 역사의 전환점이 되었고, 4.19혁명(1960)은 최근 촛불집회로 이어지는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의 원천이 되었다, 또한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되며 세계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촛불집회에 대해, 폴 장 하버드대 교수(사회학)는 “우리는 지난해 가을과 겨울에 전 세계 저항문화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건을 목격했다. 민중은 시위했고, 의회는 표결했으며 법원은 판결했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한국은 모범적인 민주주의로 각광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 10일,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며 우리는 선거사상 초유의 대통령 궐위에 의한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대선을 마주했고, 앞으로 선거일이 10여일 정도가 남아있다. 선거를 준비하는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에게는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기간이다. 짧은 시간 안에 선거를 완벽하게 준비하고 끝마쳐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은 선거관리위원회에게 큰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수없이 많은 선거를 경험해 보았지만 이번 선거만큼 긴장된 선거는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은 국민이 이번 선거에 부여하고 있는 큰 의미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탄핵국면에서 사회구성원간의 반목과 갈등이 깊어지며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가 아물지 못한 채 선거를 치르고 있다. 때문에 우리 모두는 이번 선거 과정이 화합과 통합의 계기가 되어 주기를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국민들의 마음이, 제19대 대통령선거가 국민을 결집시키는 화합의 장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의 이러한 열망을 받아 선거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선거과정에서의 작은 실수가 자칫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극도의 긴장감을 안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선거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선거결과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사회구성원의 통합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아래 완벽한 선거시스템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각 정당의 당내경선과정도 이러한 우리 위원회의 인식의 연장선에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 속에 마무리가 되었다. 과정에서 결과까지 실 수 없이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중압감이 경선 투표장에 가득했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나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 우리 유권자의 주권의식이다. 비록 지금은 선거관리주무기관으로서의 무거운 책무가 양쪽 어깨를 짓누르고 있지만 5월 9일 투표가 끝난 이후, 모두가 밝게 웃는 축제와 같은 대한민국을 떠올리면, 주어진 책무는 마치 나를 단련시키는 휘트니스센터의 바벨과 같이 여겨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선거관리는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내가 믿는 대한민국 유권자의 높은 시민의식이 우리 위원회 직원들의 열정에 더 큰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저녁이 되면 축 늘어진 어깨로 퇴근해도 아침이 되면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힘을 내도록 하는 원동력, 그것은 바로 깨어있는 민주시민의 주권의식 덕분이다.

헌법재판소라는 골키퍼의 발끝에서 패스된 공이 미드필더인 선거관리위원회로 넘어왔다. 우리는 이제 ‘가짜뉴스’, ‘근거 없는 의혹제기’, ‘흑색선전’이라는 거친 태클을 극복하고 최종 공격수인 유권자에게 완벽한 골 찬스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슛 골인!! 투표함 중앙에 정확히 투표공이 들어갔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들리지 않을 만큼, 축제의 함성이 5월 9일 대한민국 전역에 울려 퍼지길 바란다. 오늘도 깨어 있는 유권자의 주권의식을 호위무사로 삼아 묵직한 한걸음, 한걸음으로 선거를 준비해 나간다. 그것이 나의 진정한 모습이며 또한 당연히 그래야 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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