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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농가월령가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농가월령가는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1786-1885)가 지은 장편 가사다. 영농 지도 내용과 민속생활 카렌다이다. 정학유는 경기도 양주(楊州)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실학 정신을 실천한 사람이다. 그의 체험을 통해 매달 농가에서 할 일들과 세시풍속 및 예의범절 등을 월령체로 썼다.

농가월령가는 서사와 12개월령까지 모두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3.4(4.4)조의 4음보 연속체로 기록돼있어 음률을 도모했다.

그 특징은 ①농촌 생활과 관련된 구체적인 서사를 통해 농사일과 세시풍속을 소개하고 있으며, ②실제적인 농사일을 열거하여 실생활에 도움을 주고, ③농촌생활의 부지런한 활동을 실감있게 제시하였고, ④감탄형과 명령형 어미를 사용해 내용을 제시함으로 계몽적 성격이 잘 나타나 있고, ⑤세시풍속의 월령체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짜임새가 훌륭하다.

지은이 정학유는 조선 후기의 문인이며 정약용의 둘째 아들로 1808년(순조 8년)에 형 정학연(丁學淵)과 함께 유배중인 아버지의 ‘주역심전(周易心箋)’을 정리하여 완성하기도 했다.

이 농가월령가는 1816(순조 16년)에 지은 것이다. 이제 8월령(음력)을 읽어보자.

“팔월이라 중추가 되니 백로, 추분의 절기로다/ 북두칠성의 국자모양 자루가 돌아돌아 서쪽을 가리키니/ 신선한 조석 기운은 가을 기분이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은 소리가 벽 사이에서 들려온다./ 아침에 안개끼고 밤이면 이슬내려/ 온갖 곡식을 여물게하고 만물의 결실을 재촉한다./ 들 구경을 돌아보니 힘들여 일한 공이 나타나는구나/ 온갖 곡식의 이삭이 구름이 이는 듯 하다./ 눈같이 흰 목화송이, 산호같은 고추 열매/ 지붕에 널었으니 가을 볕이 맑고 밝다./ 안팎의 마당닦아 발채와 몽구를 마련하소/ 목화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과 콩가지도 담고/ 나무꾼 돌아올 때 머루 다래 산과일도 따오리라/ 뒷동산의 밤과 대추에 아이들은 신이 난다./ 알밤을 모아 말려 필요할 때 쓰게 하소/ 명주를 끊어 내어 가을 볕에 표백하고/ 남빛과 빨강으로 물을 들이니 청홍이 색색이라/ 부모님 연세 많으니 수의를 미리 준비하고/ 그 나머지 마르고 재어서 자녀들의 혼수하세/ 지붕 위에 익은 박은 긴요한 그릇이라/ 대싸리로 빗자루 만들어 타작할 때 이용하리/ 참깨 들깨를 수확한 후 다소 이른 벼 타작하고/ 담배나 녹두 등은 팔아내어 아쉬운 용돈 만들리/ 장 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북어쾌와 젓조기 사다 추석 명절을 쇠어보세/ 햅쌀로 만든 술과 송편, 박나물과 토란국을/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과 나눠먹세/ 며느리가 휴가 얻어 친정집에 근친갈 때/ 개를 잡아 삶아 건지고, 떡고리와 술병을 함께 보내/ 초록색 장옷과 남빛 치마로 몸을 꾸미고 다시 보니/ 농사 짓기에 지친 얼굴이 원기가 회복됐냐/ 추석날 밝은 달 아래 기를 펴고 놀다오라/ 금년에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내년 계획도 세우리라/ 풀을 베고 더운가리하여 밀과 보리를 심어보세/ 끝까지 다 익지 못해도 급한대로 걷고 가세/ 사람의 일만 그런게 아니라 자연현상도 마찬가지/ 잠시도 쉴 새 없이 마치면서 다시 시작!/ 농가월령가에서 자연(自然)은 노동의 현장이나, 생활의 현장이다. 여기서 자연은 생산물이 만들어지는 곳이지 완상(玩賞)의 대상이 아니다.

다시 말해, 사대부의 입장에서 관료적, 관념적으로 바라본 자연이 아닌, 생할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지닌 삶의 현장인 것이다. 오늘날로 치면 모든 직장, 생업의 현장을 가리킨다.

현대는 농업 중심에서 2차 산업(제조업)과 3차 산업(서비스업)으로 그리고 최근 4차 산업으로 확대되고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농가월령이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제때에 때를 놓치지 않고 본업에 근면정진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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