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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 준비 : 고구마와 고추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겨울이 없는 열대 지방에선 생활의 긴장도가 거의 없는 듯하다. 그에 비해 겨울을 나야 하는 우리나라는 늘 긴장하면서, 겨울 준비를 해야 된다. 보온을 위해선 냉방기와 온방기를 같이 준비해야 된다.

겨울이 없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우리에 비해서 훨씬 낙천적이다. 낮잠자고 일어나서 나무에만 올라가면 무엇이든 먹을 것이 있기 때문에 쫓기는 일이 없다. 우리가 어릴 때 보면 벼농사나 밭농사의 타작이 끝나면 월동식량들을 저장해 놓는다. 그리고 초가지붕을 새로 잇는다. 겨울 동안의 땔감(볏집, 장작, 산나무)도 비치해둔다. 그리고 김장을 하면 이제 눈이 와도, 날씨가 추워도 겨울 동안 견딜 수 있다. 농한기에는 새끼 꼬기, 가마니 짜기 등으로 소일하면 된다.

요즘 도시 생활에는 특별히 월동준비랄게 별로 없다. 그런데도 얼마 전 교회 권사님이 고구마 세 박스를 구해다 주셔서 현관 옆에 보관하고 있다. 어제는 풋고추를 한 자루 구해와서 꼭지를 딴 후 단지에 넣고 소금과 설탕과 식초와 간장을 섞은 물에 잠기게 하면서 국물을 끓여서 갈아 붓고 뒷베란다에 저장해 놓았다. 지난 4월 소나무 새순을 따다 담은 송순주도 짜서 병에 담았다. 나름대로 현대 도시에서의 월동 준비다. 며칠 후 무와 배추를 사다가 김장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고구마와 고추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①‘고구마’란 말은 1764년(영조 40년)부터 사용됐으니까 우리나라에서 259살 쯤 된 말이다. 영조 39년(1763년) 7월 통신사 조엄이 일본에 건너갔다가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보고 그 종자를 얻어 왔다. 그는 고구마의 재배, 보관법을 배운 후 다음 해인 1764년 7월에 고구마 종자를 가져 와 동래와 제주도 지방에 시험재배하였다. 그해 8월에 동래부사로 부임한 강필리는 조엄이 갖다준 고구마를 직접 재배해 성공했고 이것이 우리나라 고구마 재배의 시작이었다.

쓰시마 섬에서는 고구마를 ‘고코이모’라고 했는데 ‘고코’는 효행(孝行)의 일본말이다. 그리고 ‘이모’는 우리말의 ‘감자’에 해당한다. 쓰시마 섬에서는 고구마로 부모를 봉양했다는데서 유래한 말이다. 그대로 번역하면 “효도감자”란 뜻이다.

②‘고추’란 말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614년(광해군 6년) 때이니, 이 말의 나이는 399살쯤 된다. 원래 고추는 기원전 6500년경 멕시코 유적에서 출토될 만큼 오래된 작물이다. 기원전 850년경부터 널리 재배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1493년 컬럼버스 일행이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하면서 고추가 유럽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컬럼버스를 따라 항해했던 잔가라는 사람이 멕시코 원주민들이 ‘아기’라고 부르는 후추보다 더 맵고 빛깔이 붉은 고추를 향신료로 사용한다는 걸 발견하고 이 종자를 유럽으로 들여갔으며, 이때 고추를 ‘붉은 후추’(red-pepper)라고 불렀다. 유럽에서는 이 고추가 별로 인기를 얻지 못했으나 1542년 인도에 전래되면서 크게 인기를 끌었고,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일본 문헌인 ‘초목육부 경종법’(草木六部耕種法)에 보면 “고추는 1542년에 포르투갈 사람이 일본에 전했다”고 하며 ‘다문원일기’(多聞院日記/1593)에도 고추의 모양, 빛깔, 맛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일본에는 1542년 이전에 전래된 것 같다. 중국 문헌에는 1765년에 써진 <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에는 “고추가 많이 재배되어 시장에 많이 출하된다. 이 고추는 고추장과 많은 용도로 쓰이는데 <본초강목>에는 이에 관한 설명이 없다.”고 기록돼있다.

우리나라엔 임진왜란 이후에 전래된 것 같다. 1614년에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芝峰類說)에 “고추에는 독이 있다. 일본에서 전래된 것이기에 ‘왜겨자’(倭芥子)라 부른다”고 기록돼 있다. 고추를 번초(蕃椒), 또는 왜초(倭草)라고 불렀다. 1715년의 ‘산림경제’에는 고추를 남초(南椒)라 부르며 재배법을 설명했다. 그중 짧고 껍질이 두꺼운 것은 당초(唐椒)라고 불렀다. 한가지 “청양고추”는 충남 청양(靑陽)이 아니라, 경상북도의 청송(靑松)과 영양(英陽) 지방에서 재배된 것을 ‘청양고추’라 부르는 것이다. 모계로 열대지방 재래종이며, 부계로는 국내 재래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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